황금빛 선 하나가 새어 나오는 문
골목 안쪽, 도어 상단의 가느다란 황금빛 조명 선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문에는 ‘CORDUROY FELLAZ’라는 작은 금속 레터링만 붙어 있을 뿐이다. 간판도, 메뉴판도, 이 공간이 무엇인지 설명하려는 어떤 시도도 바깥에는 없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조도는 낮고, 바 카운터 뒤쪽 선반에 빼곡히 줄 선 수십 개의 병들이 간접광을 받아 호박색으로 빛나고 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는 잠깐 사이, 공간 전체가 하나의 온도로 조율되어 있다는 감각이 온다.

카탈로그처럼 쌓인 메뉴
자리에 앉으면 잡지처럼 제본된 메뉴북이 건네진다. 각 칵테일 옆에는 재료명만이 아니라, 그 재료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농장과 양조장과 함께하는지가 적혀 있다. ‘LOCAL RISING’이라는 챕터 제목 아래 밀양 얼음골 사과, 청도 감, 솔라루트 팜의 딸기, 꿀꺽하우스의 가무치 소주, 와인터널의 감와인이 각자의 이름을 달고 줄을 서고 있다. 메뉴가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읽힌다.

클래식 칵테일 섹션에는 페니실린, 20th 센추리, 뱀부, 드 라 루이지안, 항공기, 킹스턴 클럽 등 바 고전들이 정갈하게 나열되어 있고, 각 잔은 20,000원으로 균일하다. 클래식과 시그니처 사이의 어느 지점을 이 공간이 어떻게 채우고 있는지가 메뉴북 안에서 읽힌다.

푸드 메뉴 역시 카탈로그 안에 함께 실려 있다. 올리브(15,000원), 후무스(17,000원), 시시토 페퍼(14,000원), 프렌치 프라이(15,000원), 타르타르(23,000원), 갈릭 누들(14,000원), 우동(14,000원), 부라타(21,000원)까지. 안주보다는 페어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구성이다.


조은산 헤드 바텐더의 손
헤드 바텐더 조은산의 동선은 카운터 안에서 조용하고 일정하다. 셰이커를 쥔 팔이 올라가는 각도, 드로퍼로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 순간의 집중, 믹싱글라스 안에서 바 스푼이 돌아가는 속도. 하나하나가 관성이 아니라 의도처럼 보인다.

손님에게 건넬 때의 표정도 인상에 남는다. 잔을 내밀면서 재료에 대한 짧은 설명을 얹는 방식이 설명보다 이야기에 가깝다. 과하지 않고, 그렇다고 무심하지도 않은 거리.


솔라루트 팜과 밀양 사과
솔라루트 팜의 딸기와 캐모마일로 만든 칵테일이 먼저 나왔다. 투명 글라스 안에 진홍빛 액체가 차 있고, 그 위로 흰 폼이 돔처럼 올라와 있다. 핑크빛의 얇은 웨이퍼 장식이 폼 위에 걸쳐 있었다. 딸기의 과일향이 선명하게 올라오면서도, 캐모마일이 부드럽게 뒤를 받친다. 알코올 도수는 13%로, 무겁지 않게 넘어간다.


밀양 얼음골 사과를 주인공으로 한 ‘MIRYANG APPLE’은 진, 사과, 딜로 구성되어 있다. 도수 18%의 이 잔은 파인 도기 형태의 컵에 담겨 나왔다. 컵의 불규칙한 곡선과 거기서 흘러나오는 오렌지 필의 향이 잠깐 시선을 붙잡는다. 사과의 달큰함이 딜의 허브향과 섞이면서, 어느 한쪽이 앞서지 않고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연출이 담긴 서브
멜론을 반으로 가른 안에 칵테일을 담아 얼음 위에 올려 내오는 방식도 있었다. 골드 트레이 위에 놓인 채 등장하는 그 장면은, 내용물보다 먼저 눈에 들어왔다. 드라이아이스 안개가 퍼지는 잔도, 거품이 글라스 위로 봉긋하게 솟은 잔도 있었다. 연출이 과하지 않게 음료 자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인상이었다.


진토닉 한 잔이 나오는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Monkey 47을 지거로 재어 글라스에 붓고, Fever-Tree 토닉 워터를 붓는 대신 Bundaberg 진저 비어를 넣는 선택도 눈에 들어왔다. 베이스를 달리 두거나, 조합을 살짝 틀어놓는 방식이 클래식을 지루하게 두지 않는다.



공간 안쪽에서 보이는 것들
카운터 너머로 바텐더들이 나란히 서서 각자의 손을 움직이고 있다. 바 스푼을 돌리고, 셰이커를 건네받고, 가니시를 얹는 과정이 조용하고 일정하게 반복된다. 흰 재킷에 ‘CORDUROY FELLAZ’라는 글자가 수놓아진 유니폼이 이 공간의 톤과 함께 있다.


손님들은 바 카운터 앞에 앉아, 앞에서 벌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거나, 각자의 대화 안에 있거나 했다. 시끄럽지 않았다. 낮은 음악이 배경에 있었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각자 평안하게 있었다. 바깥에서 내향인이었던 사람도, 이 안에서는 조용히 흡수되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코듀로이 펠라즈는 부산 수영구 민락동에 있다. 특정 로컬 브랜드나 농장과의 협업을 메뉴 안에 공식적으로 담는 방식, 그 방향성을 ‘LOCAL RISING’이라는 이름 아래 챕터로 엮어두는 방식은, 이 공간이 칵테일만을 팔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조용히 알려준다.







기본 정보
- 주소: 부산광역시 수영구 민락본동로11번길 53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