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스시조의 카운터에 앉다
웨스틴 조선 서울 지하에 자리한 스시조의 카운터는 히노키 원목 특유의 밝고 고운 결이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자리에 앉으면 정면으로 커다란 벚꽃 장식이 시야를 채우고, 그 앞에서 무라카미 셰프가 조용히 준비를 이어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시선에 들어옵니다.
주류


봄 시즌 한정으로 구성된 ‘Season of Blossoms’ 샴페인 셀렉션 메뉴가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었고, Dom Pérignon P2 Plenitude 2008부터 Jacquesson Cuvée No.748까지 여섯 종의 라인업이 확인됩니다.
기키사케시 추천 일본주 메뉴도 별도로 준비되어 있어, 음료 선택에 들이는 품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식사 시작과 함께 가볍게 함께하기 위한 맥주와 차가운 말차가 놓였습니다.
린넨 소재의 작은 받침 위에 올려진 두 잔은 긴 히노키 카운터 위에서 나란히 자리를 잡습니다.
배경으로 보이는 주방의 흰 조리복 셰프들의 움직임이 멀리서도 차분하게 느껴집니다.
김 수프와 문어


첫 접시는 김 수프였습니다. 짙은 회청빛 도자기 그릇에 담긴 수프는 표면이 고르고 매끄러웠으며, 중앙에 살짝 그을린 재료 한 조각과 잘게 썬 실파, 구운 김 조각이 얹혀 있었습니다.
깊고 진한 해조류의 풍미가 입 안을 먼저 채우는 방식으로, 이후 전개될 네타의 방향성을 조용히 예고하는 코스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어 흰 평접시 위에 문어 한 점이 올라왔습니다. 질감은 단단하지 않고 적당히 탄력이 있었으며 흡반 부분의 식감과 부드럽게 삶아진 살의 대비가 한 입 안에서 함께 느껴졌습니다. 소스 없이 재료 자체로 접시에 올라와 있어 원물의 맛을 먼저 살피게 되는 구성이었습니다.
전복과 게우 소스

다음으로는 전복이 등장했습니다. 흰 소접시에 녹색 소스가 고이게 펼쳐지고, 그 위에 전복 한 조각이 놓인 뒤 젓가락에 올려진 모습에서 말간 연두색 와사비가 얹혀 있는 것이 확인됩니다.
전복 살의 쫄깃하면서도 유연한 식감과 어울려 입 안에서 차분하게 마무리됩니다.
먹고나면 남은 소스에 적초로 지은 적갈색 샤리를 담아줍니다, 졸깃한 전복의 맛과 함께 산미와 감칠맛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습니다.


봄의 재료 — 호타루이카, 우니와 바닷가재

작은 점박이 그릇에 담겨 온 호타루이카(불똥꼴뚜기)는 몸통 두 개와 함께 구운 토마토 한 조각, 그리고 녹색 소스가 곁들여져 있었습니다. 봄철에만 만날 수 있는 재료인 만큼, 특유의 깊고 농밀한 내장 풍미가 소스와 섞이며 인상적인 짝을 이룹니다.

이어 우니와 바닷가재 살이 함께 놓인 접시가 나왔습니다. 짙은 노란빛의 크리미한 소스가 접시 중앙에 두텁게 깔리고, 그 위로 투명하게 반짝이는 바닷가재 살과 우니가 얹혀 있었습니다. 소스의 달고 고소한 맛이 두 재료의 바다 향을 받쳐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셰프의 손 — 카운터에서 바라본 풍경

무라카미 셰프가 카운터 너머 히노키 위에서 작업하는 모습은 식사 내내 시야에 들어옵니다. 봄 벚꽃 장식을 배경으로 소접시들을 가지런히 놓는 장면, 그리고 두 손으로 샤리를 쥐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각 동작 사이에 여백이 느껴질 만큼 조용하고 집중된 분위기였습니다.
튀김 — 메히카리

청화백자 느낌의 문양 접시에 작은 생선 두 마리와 녹색 채소 튀김이 함께 올라왔습니다. 메히카리(메퉁이)는 표면이 바삭하게 튀겨졌고 살은 촉촉한 상태였습니다.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면 얇은 튀김옷 사이로 생선의 작은 형태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채소 튀김은 밝은 초록빛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었고, 두 가지를 함께 먹으면 바삭한 식감의 대비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스시로도 만나는 생선들을 활용한요리
심플한 터치로 내어지는 잿방어 구이와, 찜 요리



스시 — 흰살에서 참치로, 그리고 토야마산 시로에비까지
스시 파트는 흰살 생선부터 순서 있게 진행되었습니다. 능성어 구이는 돌 위에 놓인 상태로 나왔으며 겉은 노릇하고 살은 결대로 떨어지는 질감이었습니다. 이후 시마아지와 잿방어 니기리가 차례로 이어졌는데, 두 어종 모두 분홍빛과 황금빛이 층을 이루는 단면이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적초 샤리는 색이 또렷하게 붉고 밥알 하나하나에 산미가 배어 있어, 네타의 기름진 맛과 만나면 입 안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참치 붉은살 니기리는 선명한 적색으로 잘 숙성된 상태였으며 적초 샤리와 맞물리는 산미가 매섭도록 또렷하게 느껴졌습니다. 참치 뱃살은 지방층이 균일하게 분포된 모양새였고, 입에서 살살 녹으면서도 샤리의 존재감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토야마산 시로에비(흰새우)는 투명하게 반짝이는 새우살이 샤리 위에 수북이 올라간 형태로, 단맛이 섬세하고 식감이 가볍습니다. 일본 현지에서나 만날 법한 재료들이 이 자리에 함께 있다는 것이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마끼와 아나고
바로 쥐어주시는 마끼에는 우니가 김 위에 넉넉하게 담겨 나왔습니다. 김의 파삭함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제공되었습니다.

이어 아나고(붕장어)가 색이 진한 양념 소스와 함께 올라왔습니다. 겉면은 끈기 있게 코팅된 소스의 윤기가 돌고, 살은 부드러운 편이었습니다.

마무리 — 말차와 모나카 아이스크림

마무리 음료로는 선명한 초록빛의 말차가 작은 백자 다완에 담겨 나왔습니다. 표면이 고르게 거품이 올라와 있었고 쌉싸름한 향이 식사의 여운을 정리해 주었습니다. 디저트는 모나카 껍질 안에 검은 팥과 말차 아이스크림이 층을 이루며 들어 있는 구성이었으며, 바삭한 껍질과 차가운 속이 대비되었습니다.

스시 코스가 끝나면 빠르게 다임 타임을 위한 정리가 시작되며
양에대한 부족함이나 더 원하는 게 있는지 체크해주시긴 하지만… 다소 경황없는 분위기가 연출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소 아쉬웠던 부분이에요

전체적으로
무라카미 셰프가 직접 진행한 1부 디너는 적초 샤리의 선명한 산미와 시로에비·메히카리·호타루이카처럼 현지에서나 익숙한 재료들의 등장이 인상에 남습니다. 공간의 온도와 셰프의 응대, 그리고 봄 시즌에 맞춘 꽃 장식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자리였습니다. 코스의 구성이 다소 빠듯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있었고, 레전드라는 이름이 가진 기대감 앞에서 각자가 무엇을 더 비중 있게 받아들이는지는 자연스럽게 달라질 것입니다.
기본 정보
-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소공로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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